“기현이 역할이 좀 이상한 것 같아.” 처음엔 대사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. 아니었습니다.
개발노트 · 캐릭터 · 시나리오
기현은 남의 케이크에서 «딱 한 입만»을 외치며 제일 좋은 부분을 가져가는 손님입니다. 특히 케이크 정수리의 토핑을 노립니다. 가벼운 웃음을 담당하는 자리였습니다.
그런데 플레이해 보면 웃기지 않고 불편했습니다. 무엇이 문제인지 한참 못 찾았습니다.
처음 찾은 건 말투였습니다. 기현은 영업 화면에서는 존댓말을 쓰는데, 선택 후 대사에서는 사장님에게 반말을 쓰고 있었습니다.
| 어디서 | 기현의 말 |
|---|---|
| 영업 화면 반응 | “한 입이면 정말 한 입입니다” |
| 선택 후 대사 | “그건 소문이야. 근거 없어” |
36줄이 전부 반말이었습니다. 그리고 이건 제 취향 판단이 아니라, 코드에 적힌 제 과거의 메모가 모순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.
/* 젤리 —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사장에게 반말을 쓴다. */
반말을 쓰는 인물에는 전부 이유가 주석에 적혀 있었습니다. 기현에게만 없었습니다. 의도가 아니라 사고였습니다. 그래서 존댓말로 통일했습니다.
나아졌지만, 여전히 이상했습니다.
기현이 노리는 건 진열 케이크와 사장님 접시였습니다. 지문은 이랬습니다.
진열 케이크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기현이 나타났습니다. "새로 나온 샤인머스캣 케이크야? 딱 한 입만." "아직 판매 시작도 안 했는데요." → 사장님은 윗부분이 사라진 케이크를 들고 카운터 앞에 서 있었습니다.
여기서 사장님은 케이크를 파는 사람입니다. 파는 물건을 손님이 집어 먹으면, 그건 장난이 아니라 손실입니다. 기현은 귀여운 «한 입 마귀»가 아니라 가게에서 물건을 집어 먹는 사람이 됩니다.
웃음이 성립하려면 뺏기는 쪽이 «그래도 되는 사이»여야 하는데, 사장과 손님은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. 아무리 대사를 다듬어도 이 구조 자체가 불편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.
기현을 친구들과 함께 오는 손님으로 다시 세웠습니다. 노리는 건 친구 접시이고, 사장님은 그 실랑이를 지켜보고 판정해 주는 쪽입니다.
넷이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. 케이크는 네 조각, 포크는 다섯 개였습니다. "그 샤인머스캣, 딱 한 입만." "야, 나 사진도 안 찍었어." → 친구는 윗부분이 사라진 케이크를 들고 카운터로 왔습니다. "사장님. 이거 원래 이렇게 생긴 거 아니죠?"
포크가 다섯 개인 게 이 캐릭터의 전부입니다. 한 줄만 바뀌었는데 장면 전체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.
고치는 김에 3화를 다시 봤더니,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. 기현의 3화는 «뺏어 먹던 사람이 자기 몫을 갖게 되는» 이야기입니다. 그런데 선택 결과가 이랬습니다.
| 내용 | |
|---|---|
| 대사 | “…오늘은 안 뺏을게. 오늘만.” |
| 결과 문구 | “기현이 사장님 접시의 제일 큰 딸기를 집어 갔습니다” |
정반대였습니다. 그리고 플레이어에게는 결과 문구가 마지막에 남습니다. 3화 전체가 «결국 또 뺏어 먹네»로 끝나고, 성장 이야기가 개그로 되돌아갑니다.
지금은 이렇게 됩니다.
기현 : 오늘은 제가 나눠 주는 쪽입니다. 뺏는 건 다음에요.
결과 : 기현이 제 접시의 제일 큰 딸기를 사장님 쪽으로 밀어 놓았습니다.
"오늘은 제가 나눠 드리는 쪽을 해 볼게요."
뺏던 사람 → 자기 몫을 갖는 사람 → 나눠 주는 사람. 세 편이 이어집니다.
친구가 생기니까 말투가 저절로 갈렸습니다. 친구에게는 반말, 사장님에게는 존댓말. 앞서 «전부 존댓말»로 통일했던 게, 이제는 상대에 따라 나뉘는 자연스러운 구분이 됐습니다. 캐릭터가 오히려 더 살았습니다.
캐릭터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 대사부터 고치기 쉽습니다. 눈에 보이는 게 대사니까요. 그런데 이번 경우엔 대사를 아무리 고쳐도 안 됐습니다. «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하는가»라는 배치가 틀려 있었기 때문입니다.
수정 범위는 파일 네 개에 31곳이었지만, 효과 수치와 항목 id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. 밸런스는 그대로 두고 이야기만 바꿀 수 있었습니다.